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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퇴사자입니다. 1990년대 '태사자'라는 보이 그룹이 있었는데 노랫말 중에 '아예~ 태사자 in the house'라는 인트로 후크가 있었어요. 최근에 갑자기 생각났는데... 지금은 이 부분이 '아예~ 퇴사자 in the house'로 들립니다. 매일 집에만 있는 제 모습인 것 같아서요. 저도 이제 완전 아재네요.
'하루종일 집에서 뭐하냐?' 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는데요. 집에 있어보니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전업주부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나 할까요?
아이 등하원이 주업무...그런데 '나 밥 먹기도 바쁘다'
저의 하루 일과는 이렇습니다.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아이 밥을 먹여야 합니다. 와이프는 아침밥을 잘 먹지 않으니 아이 입만 먼저 챙겨주면 되니 편한데요. 그런데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우선 아이 아침밥은 최대한 '밥'을 해주려고 합니다. 제가 집에서 놀고먹는데 아침부터 아이에게 빵을 줄 수는 없으니, 기왕이면 갓 지은 밥을 주려고 하죠. '아침밥'을 지으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전날 늦게 자는 습관이 들어 이것이 쉽지가 않네요.
아무튼 아침밥을 해서 9시 30분정도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것이 저의 첫 임무죠. 어린이집은 집에서 성인 걸음으로 5분. 늦어도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가면 이보다 더 늦죠. 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땅에 지나가는 개미한테 인사도 해야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소방차나 경찰차가 지나가면 구경도 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면, 느즈막히 밥을 먹거나 커피를 한잔합니다. 어느새 주방에는 설거지 거리들이 쌓여 있고, 거실은 난장판이 돼 있죠. 매일 치워도 난장판이 돼 있는 거실은 왜 그런 걸까요? 그렇다고 제가 할 일이 많은 건 아니에요. 거실 대충 치우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해주니까요. 그릇 집어넣고 주방정리를 합니다. 버려야 할 쓰레기가 있으면 버리고 빨랫감은 세탁기에 넣습니다. 아침 시간이 중요하더라고요. 지금 안 하면 나중에는 하기가 싫거든요.
간단한 집안일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 블로그 글을 씁니다. 이때가 벌써 10시반 정도 됩니다. 책상에 앉자마자 블로그 글이 술술 써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리저리 찾아볼 것도 있고, 그전에 글감을 찾는 준비작업도 필요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집중해서 1시간 정도 글을 쓰다 보면 점심시간이에요.
와이프가 재택근무를 할 때면 만들어 주기도 하고, 아닐때는 제가 차려 먹죠. 밥 먹는 시간은 좋으면서도 약간 귀찮을 때가 많습니다. 과거 드래곤볼이라는 만화에는 '선두'라는 것이 있었는데, 완두콩 같이 생긴 선두를 한 알 먹으면 한 달 동안 배가 부른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 게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설겆이 거리를 정리하고, 커피를 한잔 합니다. 와이프와 이야기도 좀 하고 집에서 넷플릭스도 30분 정도 봅니다. 사실 이게 안 좋은 습관인데, 넷플릭스 30분만 봐야지 하고 시작하면 40분 50분 시간이 막 지나가거든요.
어쨌든 오후에도 블로그 글을 쓰는데 시간을 투자합니다. 1시 반부터 시작을 하고요. 중간중간 집안일을 병행하면서 합니다. 가령, 빨래를 한다거나, 빨래를 갠다거나, 청소기를 민다거나, 화장실 청소를 한다거나, 때때로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 오래간만에 청소를 해야 하는 것들도 많죠.
그러다 보면 저녁시간이 됩니다. 아이를 데려오고, 저녁밥을 할 준비를 하죠. 와이프가 재택근무를 할 때는 업무시간 이후에 저녁을 차려주죠. 그동안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와서 씻기는 역할을 맡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저의 일과입니다.
적어놓고 보니...하는 일이 왜 이렇게 없나
하루에 많은 일들이 있고, 나름 열심히 생활하는 것 같은데 적어놓고 보니 별로 하는 일이 없는 백수 아저씨네요. 잠깐 TV를 보거나, 잠깐 스마트폰을 하거나 하는 '버려지는 시간'들이 생각보다 크게 차지하는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할때는 이런 일들을 5분~10분 정도밖에 할 수 없는데, 지금은 30분~1시간도 할 수 있으니까요. 고쳐야 할 점들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네요. 가장 먼저 버려지는 시간을 줄여야 할 것 같아요.
두번째는 계획을 세워 생활해야겠습니다. 매번 해야 할 일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즉흥적으로 일을 하게 되는데, 블로그 글은 뭘 쓸 것인지, 하루에 몇 건을 쓸 것인지, 스마트스토어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등을 적어놓고 하나씩 해나가는 습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운동을 해야겠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다짐했던 것 중의 하나가 하루 중 일정시간은 운동을 하는 것이었어요. 사실 마음속 다짐은 새벽시간에 일어나서 운동장을 뛰고 오는 것이 목표였는데, 블로그 글을 새벽에 쓰는 버릇이 있다 보니 늦잠을 자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침 기상 시간을 당기기 위해 밤 잠을 일찍 드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40대 퇴사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둬도 아쉽지 않은 이유
40대 퇴사자로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저의 하루 일과 중 첫 번째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것인데요. 오늘 문득 '참 행복한 일상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유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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