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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무작정 퇴사, 몸도 마음도 지쳤던 그때

40대 퇴사 2023. 10. 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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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무작정 퇴사, 몸도 마음도 지쳤던 그때

[편집자주] 40대에 이직할 직장도 알아보지 않고 퇴사를 했습니다. 저도 주변에 퇴사하려던 사람을 몇 번이나 막은 적이 있습니다. 적어도 발 뻗을 자리는 알아보고 그만둬야 한다면서 오지랖을 부렸었죠. 하지만 막상 제가 퇴사를 고민하는 상황이 닥치자 그런 것들이 눈에 안보이더라고요. 그냥 '나 좀 살자'하는 마음으로 직장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움도 크지만, 설렘과 기쁨도 큰 하루하루입니다. 

40대 퇴사

2023년 9월 회사에서 퇴사처리를 진행했습니다. 2020년 9월에 입사했으니 만 3년인 셈이네요. 예전에도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색다릅니다. 아마도 40대라는 나이가 주는 중압감이 크네요. 처자식이 있다는 점도 다른 점입니다. 맞벌이라는 점에서 아내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위안이 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번 퇴사 과정에서 가장 불안했던 점은 갈 곳을 정해 놓지 않고 회사를 그만 둔 점입니다. 40대라는 애매한 나이 탓에 이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힘들었고, 정신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갖기도 어려웠습니다. 퇴사를 하고 싶었는데, 제 결정에 힘을 보태준 와이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1. 출퇴근만 3시간...지하철에서 버린 시간

제가 다니던 회사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지하철로는 7호선 학동역과 강남구청역 사이에 있었죠. 지리적으로 교통편이 좋은 편은 아니죠. 제가 살고 있는 경기 북부와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살고 있던 저는 출근하는데만 1시간 반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양시에서 강남 가는 길이 뭐 그렇게 오래 걸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집이 지하철 역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저 정도의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갔다가 3호선을 타고 21개 역을 지나쳐가야 합니다. 이후 10분 정도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갔다가 또 3~5분 정도 버스를 타면 회사에 도착하게 됩니다. 회사로 출근할 때 그렇습니다.

만약 제가 회사 출근이 아니라, 업체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남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새벽 6시도 빠듯한 일정이 되겠지요. 사실 아침시간은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는 것은 직장인 누구에게나 숙명과도 같은 일이니까요. 더 큰 문제는 퇴근입니다. 만약 일정이 오후에 잡혀서 저녁에 경기 남부에서 출발을 한다면, 2시간에서 2시간 반가량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주로 교통편이 안좋은 지역을 이동하는 경우가 많고, 제가 살고 있는 집도 그렇거든요. 집에 들어오면 8시가 됩니다. 빠를 때 말이죠. 씻고 나서 늦은 저녁을 먹고 아들내미와 10~30분 정도 잠깐 마주한 후면, 아들은 자러 가야 할 시간입니다. 아직 애기거든요. 퇴사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이게 사는 걸까요? 하루 중 자녀와의 시간을 1시간도 못 보내는 것이 무슨 삶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2. 매일이 마감압박

얼마전 둘리를 그린 김수정 작가가 TV에 나와 과거 슬럼프에 빠졌던 당시를 회고한 적이 있습니다. 김수정 작가는 365일 마감 압박에 쫓기면서 "나는 사는 이유가 뭘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방송을 보면서 너무나 공감을 했는데요. 퇴사를 고심하다 보니 결국은 왜 사느냐의 문제까지 귀결이 되더군요. 김수정 작가는 누군가가 자신을 '둘리 아빠'라고 알아본 이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며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방송에서도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아 복귀 사연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저는 기자 업무를 하면서 매일매일 마감과 발제 압박을 겪어야 했습니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별일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매일 업무에 압박을 느꼈다면 이건 저와 맞지 않는 업무는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3. 불투명한 미래

회사일을 하면서 불만이었던 것 중의 하나가 연봉이었습니다. 시장에는 매체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사실상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거든요. 그래서 과거와 달리 기자들의 평균 연봉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닙니다. 일반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기업과 비교해도 높지 않습니다. 만나는 곳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인데, 기자들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꼴입니다. 당연히 연봉문제가 거론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능력 있는 많은 기자들이 언론계를 박차고 나와 대기업 홍보팀으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기업들의 비리를 캐거나 잘못을 고발하는 언론의 기능을 하다가 돌연 홍보팀으로 빠지는 행태를 비판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연봉 차이가 어마어마하거든요. 

어쨌든 언론계에만 계속 있게 되면 계속 적은 월급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홍보팀으로 이직하기 위해서는 술을 잘 마시거나 대형 언론사에 재직한 경력을 요구받기 때문에 그것도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어쨌든 직장생활을 하면서 불만이 쌓였고, 이를 해소할 창구가 없었습니다. 결국 마음이 떠났고 퇴사를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더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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