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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40대에 이직할 직장도 알아보지 않고 퇴사를 했습니다. 저도 주변에 퇴사하려던 사람을 몇 번이나 막은 적이 있습니다. 적어도 발 뻗을 자리는 알아보고 그만둬야 한다면서 오지랖을 부렸었죠. 하지만 막상 제가 퇴사를 고민하는 상황이 닥치자 그런 것들이 눈에 안보이더라고요. 그냥 '나 좀 살자'하는 마음으로 직장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움도 크지만, 설렘과 기쁨도 큰 하루하루입니다.
안녕하세요? 40대 퇴사자입니다. 일명 백수라고도 하죠.
오늘은 40대 백수가 된 이후 처음으로 맞는 설 명절입니다. 물론 지난 10월에 퇴사를 했고, 9월부터 회사를 나간다는 사실을 알렸으니 그때도 백수나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에는 정말 백수입니다. 그리고 꽤나 오랫동안 백수생활을 하면서 설 명절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구직활동은 하고 있니?"
40대 백수에게도 두려운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백수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부모님의 걱정도 늘어만 가시죠. 처자식이 딸려 있고, 지금 한창 돈 벌 나이인데 집에서 '띵가띵가' 놀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죠. 그나마 와이프가 돈을 벌고 있고, 지금까지는 사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고 잘 말씀을 드려서 그나마 걱정을 덜하고 계십니다.
블로그로 돈을 벌어 보겠다고는 말씀을 안드렸어요. '그게 돈이 되나' 라는 걱정부터 하실 것 같아서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그런 우려대로 전혀 돈이 안되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확신이 제대로 서지는 않습니다. 어느정도 성과가 나면 말씀을 드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만간 포기하고 다시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설날이 지나면 처가집으로 갑니다. 마침 장모님께서도 올해부터는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하시면서 가까운 곳으로 함께 여행이나 가려고 준비중입니다. 장모님은 사위의 '백수 소식'을 딸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그때도 장모님은 딸(제 와이프)에게 '남편 걱정하지 않도록 너무 뭐라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하더군요.
백수의 명절,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허하다
저의 백수생활은 온전히 와이프와 함께 의논하고 결정한 것입니다. 제가 백수이기 때문에 저희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온전히 제가 케어할 수 있습니다. 와이프도 걱정없이 일할 수 있고요. 전에는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하나' 걱정부터 했는데, 제가 돌보고 있으니 조금만 기침을 해도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병원부터 달려갈 수 있습니다. 와이프도 그런 점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제가 회사생활을 할 때는 가정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찍일어나서 일터로 향하고 나면, 저녁 8시 정도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서 그렇죠. 문제는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번은 아이가 투정부리면서 '아빠는 일이나 하러 가'라고 하더군요. 본인에게 잔소리 하지 말고 저리 가라는 의미이지만, 항상 아빠가 일만하고 있으니 나오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덜 친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밤에 잠도 같이 자고, 밥먹을 때도 저의 역할이 크죠. 와이프가 좀 더 편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만큼 저의 백수 생활은 우리 가정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아이를 케어하면서 일정부분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건 제 마음 같이 잘 되지는 않고 있지만요. 조금 있으면 실업급여도 끊기는데, 그때는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고요.
요지는 저의 백수생활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위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명절에 가족들을 만나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허한 것은 사실입니다. 부모님, 장모님 등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