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0대 퇴사자입니다.
퇴사한 지 벌써 만 5개월이 지났습니다. 며칠만 지나면 6개월 차가 되겠네요. 저는 지난 5개월 동안 가족과 알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일 아이 등하원을 책임지면서 정말 많이 친해졌고 없는 돈을 쪼개가며 가족끼리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비록 그동안 실업급여 외에 수익활동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가족과 돈독한 시간을 보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일이나 하러 가"에서 "같이 놀자"로
회사생활을 할 때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정말 적었습니다. 앞서 포스팅(아래에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0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마저도 저녁시간에 늦게 들어오면 얼굴을 못 보는 날도 있죠.
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히 아빠와 친해지는 줄 알았지만, 꼭 그런건 아니더군요. 같이 부대끼는 시간이 많아야 합니다. 제가 회사를 다닐 때, 어쩌다가 아이 등하원을 할 때 아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곤 했습니다. 반면, 당시 아이를 봐주던 저희 어머니(아이의 할머니)가 오셔야 아이는 방긋 웃으면서 뛰어나오곤 했습니다. 저보다는 부대끼는 시간이 많은 엄마가 데리러 갈때도 웃으면서 나왔어요.
그런데 제가 가면, 시큰둥해하면서 "오늘은 아빠가 왔네"라고 말 했습니다. 저도 마음속으로 상처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주말에 놀아주는데 왜 시큰둥해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알았습니다. 고작 주말에 몇 시간 놀아주고 아이한테 많은 걸 바라면 안 된다는 것을요.
그러던 제가 퇴사하고 줄곧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도맡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던 등원길도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졌지요. 날씨가 좋으면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들어오기도 하고, 등원할 때 맛있는 과자를 몇 개 사가지고 가기도 했습니다. 나뭇가지에 쌓여있던 눈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도 했고, 이사를 하던 이웃집의 이삿짐 나르는 광경을 멀리서 멀뚱히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궁금해하던 것들이죠. 저는 그냥 옆에 서 있었어요.
얼마 전 아이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더니 "아빠~!" 하면서 뛰어나오더라고요. 방긋 웃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몇달동안 많이 바뀌었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번은 어린이집 하원시간에 조금 늦게 갔더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바깥이 어두컴컴해졌잖아"라며 핀잔을 주기도 하더군요.
제가 회사 다니면서 아이한테 들었던 말 중에 충격적인 표현은 "일이나 하러 가"였습니다. 집에 와서도 일할 거리 때문에 노트북을 붙잡고 있다보니, 나오는 표현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장난감을 들고 와서 "같이 놀자"로 표현이 바뀌었습니다. 적어도 아이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저의 퇴사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40대 퇴사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둬도 아쉽지 않은 이유 (everynews.kr)
여행은 계속된다
백수 5개월째이지만 여전히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즐기고 있죠.
제가 퇴사하기 직전인 8월 제주도 여행을 와서 가족끼리 보낸 시간이 정말 좋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퇴사한 후 한번 더 다녀왔습니다. 두 번 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제주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시간이었어요. 해외 유명한 관광지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제주도 동쪽으로 여행을 했는데 에메랄드빛 바다 색깔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차를 렌트해서 제주 해안가를 구석구석 다녔는데 어디를 가든 포토존이 됐습니다. 지난해 두번째 방문은 10월이었는데도, 워낙 햇살이 뜨거워서 바다에 발 정도는 담글 수 있겠더라고요. 사실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물에 들어가서 수영을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이번엔 겨울 제주도입니다. 겨울 제주도는 바람이 정말 많이 부네요. 비도 많이 왔습니다. 다행히 며칠 만에 햇살이 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바람이 많이 부네요. 파도치는 모습이 아직은 거센 느낌이 듭니다.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파도를 바라보고, 올레길을 잠깐 걷다가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잔잔한 여행이지만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