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정말 빠릅니다. 퇴사 후 집에서 논 지 벌써 2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네요. 그동안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명확합니다. 얻은 것은 아들과의 소중한 시간입니다. 어린이집을 등하원을 직접 시켜주고, 저녁 시간 스킨십도 많이 늘었죠. 아이가 엄마만큼이나 아빠를 많이 찾는 것은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아니었다는 점을 방증하기도 하죠.
잃은 것이 있다면 월급이겠죠. 매달 들어와야 할 쥐꼬리만한 월급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쥐꼬리'라고 했지만, 막상 그마저도 안 들어오니 얼마나 소중한지 체감되더군요. 그나마 실업급여가 있으니 당분간은 실업급여에 기대어 살궁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문득 나같은 실업자가 전국에 얼마나 될까 궁금했는데, 검색해 보니 금방 나오네요. 전국에 실업자는 62만 7000명이나 되네요. 아마 경제활동 인구 중 실업자를 나타내는 것이겠죠. 뭔가 동지가 이렇게 많다고 하니 약간은 위안이 되는 느낌입니다.
소중한 시간, 518만4000초...시간 활용도 못하는 바보
실업자가 된지 벌써 두 달. 날짜로는 60일. 시간으로는 1440시간입니다. 더 쪼개보면 8만 6400분. 518만 4000초네요. 대충 이 정도 되는군요. 제가 1분 1초까지 시간을 따져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두 달 전 퇴사가 임박했을 무렵, 저는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습니다. 일주일만 늘어지게 생활하고, 직장 생활할 때보다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이죠.
그런데 1분 1초를 소중히 쓰겠다는 마음이 요즘 많이 흐트러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직장생활을 할때보다 더 열심히 산 것도 아닌데 말이죠. 굳이 표현하자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도가 되겠네요. 백수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살 궁리를 하면서 집안일을 열심히 했다 정도겠네요.
아마 지금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은 '나는 퇴사하면 정말 열심히 살 텐데'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더라고요. 출근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밤늦게까지 잠을 안 자게 되고, 그러다 보니 아침 기상시간이 늦어지네요. 아침이 늦어지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립니다. 그나마 아이 등원 때문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니 이 정도라도 생활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때도 이런 경험이 있었어요. 일정한 시간표에 따라 생활하던 고등학생이 자유분방한 대학생이 되자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때 같아요. 그저 술이나 먹고 낮부터 취해있던 그때. 돌이켜보면 얼마나 시간낭비였는데 후회가 막심입니다. 그 시간에 뭐라도 했다면, 뭐라도 됐을 텐데 말이죠. 시간을 어떻게 써야 될지 모르는 것이죠. 자유가 주어지니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된 느낌이랄까!
이러다 히키코모리 되겠다...운동부터 하자
퇴사를 하고 나니 주로 집에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할 때 카페에 갈 일이 많았습니다. 자유로운 느낌은 좋지만 시간에 쫓기며 일을 하다 보니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어요. 마음 편하게 카페 와서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유롭게 따끈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창밖을 바라보는 여유를 즐기면서 글을 쓰는 것이죠.
그런데 정작 시간이 생기니 카페를 안 가게 됩니다. 카페가서 쓰는 몇천 원이 아깝기도 하거니와 집에 너무 편해서인데요. 그러다 보니 정작 집 밖을 잘 안나가게 되더라고요.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가 왜 생겨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직장이 없으니 갈 데가 없더라고요.
앞으로 취미생활로 운동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운동장에라도 나가서 뛰어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잘 안나가지더라고요. 일단은 집에서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부터 해보려고 합니다. 음...그런데 글로 써보니 제가 얼마나 게으른지 알겠네요. 이건 좀 고쳐야겠어요.
앞으로 뭐할래?...블로그, 스마트스토어, 여행
개인적으로는 스마트스토어를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데 아직 상품 소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팔아야 하는 것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더구나 스마트스토어를 하려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어서 또 고민이네요.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루에 10원씩 들어오니 이걸로는 먹고 살 수가 없겠더라고요. 지금까지는 그랬지만,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좀 더 열심히 써볼 생각입니다. 가계에 어느정도는 보탬이 되는 수준 정도의 수입은 들어올 수 있도록 말이죠.
여행도 생각중입니다. '돈도 없는데 무슨 여행이냐?'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지금 아니면 할 수가 없다는 생각도 큽니다. 제주도 한달살이 같은 나름 장기 여행을 했으면 해요. 최대한 가성비를 따져봐야겠죠. 물론 와이프와 아이도 함께 말이죠. 비록 경제적으로는 조금 부족하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소중하게 쓰는 것이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 '뭐해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입니다.